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놓은 하드웨어는 대부분 상용화가 되지만, 모두 대중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피스(Surface) 컴퓨터도 그 중 하나지요. 서피스 컴퓨터는 '평범한 재질의 표면을 통해 이용자와 상호 작용하는 컴퓨터'라지만, 이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사람은 몇 안될 겁니다. 그냥 영상이 나타나는 화면을 만지는 대로 그 반응이 바로 화면에 나타나는 컴퓨터라고 말하는 게 더 빠르겠네요. 터치 PC와 비슷하면서 그보다는 좀더 진보한 인터페이스와 멀티 터치 기술을 씁니다. 한 손 또는 한 손가락으로 만지는 것은 물론이고 두 손, 세 손, 심지어 열 손가락으로 다루어도 작동하는 이용자 인터페이스와 애플리케이션으로 채워 놓았습니다.
어디서 볼 수 있나?
서피스 컴퓨터는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팀의 Steven Bathiche와 MS 연구소의 Andy Wilson이 팀을 꾸려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2003년 그룹 리뷰를 통해 빌게이츠에게 선보여진 뒤 서피스 컴퓨터 개발 조직을 확장, 한 달만에 T1이라는 애칭의 시제품이 만들어졌고 이후 85개의 시제품을 더 만들어냈지요. 서피스 컴퓨터가 최종 완성된 것은 2005년, 공식 발표된 것은 2007년 5월 30일입니다.

한국 MS 5층에 설치된 서피스 컴퓨터
어떻게 생겼나?
실제 본 서피스 컴퓨터는 확실히 특이한 형태입니다. 화면이 세워진 모니터를 보면서 다루는 일반 PC와 달리 서피스 컴퓨터는 화면이 누워 있는, 굳이 말하자면 화면과 본체가 하나로 묶인 일체형 컴퓨터라 할 수 있지요. 이런 형태를 테이블탑(table top)라 합니다. 화면 주변부를 두껍고 투명한 아크릴로 장식했지만 덩치도 크고, 거실 탁자만한 넓이는 되어 보였습니다. 또한 아래쪽 스탠드가 높다 보니 의자에 앉아서는 다루기 힘들어 보리더군요.

서피스 컴퓨터의 작동 원리. 출처 : http://www.knowledgebase-script.com/demo/article-420.html
실제 만질 수 있나?
이곳의 서피스 컴퓨터는 실제로 만져볼 수도 있습니다. 서피스 컴퓨터를 켜면 윈도 비스타가 뜨고 곧바로 서피스 인터페이스가 뜹니다. 즉, 서피스 인터페이스는 윈도 비스타 위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의 하나일 뿐 새로운 운영체제는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이곳에 있는 서피스 컴퓨터는 얼마 전에 나온 서피스 인터페이스 서비스팩 1을 설치한 까닭에 기본 애플리케이션만 깔려 있는 상태지만, 그래도 서피스 컴퓨터의 멀티 터치 기능을 맛보는 데 지장은 없습니다.

서피스 컴퓨터의 시작화면. 손으로 건드리면 물결이 일렁인다.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있나?
서피스 컴퓨터를 켜면 작은 물 웅덩이 영상이 뜹니다. 화면을 두드리면 실제처럼 물결이 일렁이지요. 이것은 손으로 누른 부분부터 물결이 치는 지 여부로 터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테스트 화면입니다. 잘 작동하는 지 본 뒤 메뉴 버튼을 누르면 서피스 인터페이스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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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이콘을 누르니 작은 유리 항아리가 나옵니다. 이 항아리에 담겨 있는 사진을 눌러 손가락으로 눌러서 툭 던지듯 하니 사진이 항아리 밖으로 튕겨 나가네요. 밖으로 꺼낸 사진의 대각선 끝을 양손 검지로 잡고 오므리니 사진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하면 사진은 커지고요. 다른 유리 항아리의 이름을 고르면 인물이나 풍경 등 다른 사진들이 나타납니다.
페인트는 몇 개의 샘플 이미지 위에 이용자가 색을 골라 손가락으로 색칠하는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역시 여기에도 멀티터치가 적용되어 있는데요. 한손으로는 녹색, 다른 한손으로는 빨강을 칠할 수 있습니다. 서피스 분자(molecules)는 분자의 구조를 3D 형식으로 살펴보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단순한 확대 축소 뿐만 아니라 사로 또는 세로 축을 두고 분자 모델을 회전 시키면서 그 구조를 상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서피스 DJ. 보통 듣기만 하던 음악과 달리 어피스 DJ는 어렵지 않게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음악 장르를 고른 뒤 판에 널부러진 각종 악기를 가운데 턴테이블 위에 가져다 놓으면 끝. 전문적인 기능을 섞으면 1인 음악 저작 도구로 쓸 수 있어 보이지만, 지금은 즐기는 것에만 기능이 제한돼 있지요. 서피스 컴퓨터에 내장된 스피커가 생각보다 좋아서 음악을 듣는 맛도 괜찮습니다. 그냥 듣는 것만으로 재미가 없으면 서피스 드럼을 치면서 놀아도 되고, 이 밖에도 맞은 편에 서 있는 상대와 체스나 틱톡 같은 게임도 즐기고 그냥 음악도 들을 수 있습니다.
멀티 터치 재미 쏠쏠하다?
서피스 컴퓨터의 멀티 터치를 즐기는 재미는 소형 기기에서 즐기던 것과 달랐습니다. 한 손의 엄지와 검지로 다루는 (아이팟 터치 같은)소형 기기의 멀티 터치와 달리 서피스 컴퓨터는 화면이 커 양손을 써서 다뤄야 하니까요. 두 손을 쓰는 인터페이스이다 보니 몸 전체가 움직인다고 할까요? 선 채로 저 멀리 떨어진 사진을 끌어오기 위해 몸을 살짝 숙이면서 팔을 내밀기도 하고 축 회전을 위해 한 손을 고정 시킨 채 다른 한 손으로 조작하다 보면 은근히 움직임이 많다는 게 느껴집니다. 큰 화면을 양손으로 이리저리 문지르고 두드리면 화면을 통해 그 반응을 전함으로써 온몸의 감각을 살리는 것 같다고 할까요? 화면의 반응에 맞는 소리 효과까지 더하니 쏠쏠한 재미가 배가 됩니다.

가장 흥미로운 서피스 DJ
하지만 정작 사물 인식 기능은 써보지 못했는데요. 사물 인식 기능은 서피스 컴퓨터의 화면 위에 올려진 물체가 가진 정보를 알아채는 것으로 서피스 컴퓨터의 주요 기능 중 하나입니다. 이를 테면 준(Zune) 같은 플레이어를 올려 놨을 때 그 안에 있는 음악 정보를 보거나 서피스 컴퓨터에 있는 음악 파일을 무선으로 전송합니다. 한국에 있는 서피스 컴퓨터도 그 기능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기능은 시연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습니다.
인텔 코어2 듀오 2.13GHz, 램 2GB DDR2, 250GB Sata Hard Drive, 76cm(30인치) 화면, 해상도 1,280x960, 블루투스 2.0, 802.11b/g, 10/100Mbps 랜
돈이 있어도 쉽게 못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 컴퓨터를 정식 출시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대중화가 되기 힘든 상품이라 그저 주문 방식으로만 팔고 있을 뿐이지요.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가격. 서피스 컴퓨터의 가격은 1만2천500달러(개발자 버전은 1만5천 달러)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입 당시 환율로 1천300만 원 정도였으나, 지금 환율이 올라 운송과 통관을 마치면 거의 1천500만 원에 이른다는 게 한국 MS 관계자의 말입니다. 100만 원짜리 PC 한 대도 빠듯한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가격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 무슨 배짱인지 한 대씩 팔지도 않는답니다.
더구나 서페이스 컴퓨터의 멀티 터치 시스템의 작동 구조상 크게 만들 수밖에 없는 데다 탁자 형태로 만들어 들여놓기도 마땅치 않습니다. 터치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얹어 놓았으니 일반적인 PC처럼 다루기도 어렵고요. 그래도 종전과 다른 컴퓨팅의 맛을 느끼게 해준 점에서 매력은 넘칩니다.

손으로 두드리면 실제 드럼처럼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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